안녕하세요.
호텔 격리 중에 남는 시간에 입국 후기에 뒤이어 겸사겸사 호텔 격리 후기를 써 봅니다.
입국 후기에서 얘기했듯이 12월 25일 새벽,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호텔 픽업이 늦게 와서 마지막으로 공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벤에 태우는 손님은 저 한 명뿐이었고 새벽이라 대응이 쉬원찮은것 보니 운전사도 많이 피곤한 듯해서 제가 벤 뒤쪽에 짐을 싣고 출발했습니다. 차가 가는데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짐이 자꾸만 차 옆구리에 부딪치는 바람에 짐 속에 든 내용물이 망가질까 조마조마 해 하며 호텔로 향했습니다.
묶을 호텔은 회사에서 알아서 잘 알아봤겠지라고 생각해서 위치 확인조차 안 했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호치민 탄선냣 공항에서 길 하나 건너면 위치한 4성급 호텔 ibis saigon airport 였습니다. 예전 베트남 여행 시절 공항 갈 때 그랩 타고 내리던 바로 그곳에 있는 호텔이군요. 제 팔자에 이곳에 묶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호텔이 이렇게 공항 코앞인데 어떻게 제일 늦게 마중 나올 수 있는 건지 신기하더군요.
밴에서 내리자마자 다른 스탭이 짐에 있는 노트북만 절묘하게 피해서 알코올을 아주 흥건하게 뿌립니다. 호텔 스텝도 저도 푸르스름한 찢어지기 쉬운 비닐로 된 일회용 방역복을 입고, 호텔 입구 앞에 설치된 비닐 덥힌 간이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합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바닥부터 파란색 시트가 깔려 있는데 예전에 TV 뉴스에서 많이 봤던 익숙한 세팅이군요. 한국 보건소에서 PCR 검사받는 곳과 느낌은 비슷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에 들어가면 제일 처음 눈에 띄는 게 19리터짜리 큰 물통이 보입니다. 격리하는 1주일 동안 이 물을 마시며 지내야 합니다. 숟갈, 젓갈, 포크가 데스크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 이것도 본인이 씻어서 써야 합니다. 거기다가 일반적으로 호텔에서 제공하는 청소도 해 주지 않습니다. 격리자와의 접촉으로 인한 감염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로 보이는데 그만큼 제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격리를 하셔야 하는 분들은 이런 부분 미리 각오하시고 오시면 덜 불쾌하실 수 있으실 듯해요.
암튼 숙박객도 여러 불편을 감내해야 하지만 호텔 역시 방역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서로서로가 힘든 상황 같아 보입니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는 것이 정말 최선인 듯싶습니다.
호텔 체크인 시에 건네받은 동의서를 확인하니 놀랍게도 한글로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베트남에서 착실하게 방역 잘 지킬 거고 시설 격리 끝나면 자택격리도 잘하겠다고, 안 지키면 다 니 책임이니 알아서 하라는 내용이군요. 다음날 사인해서 스태프에게 건네줬습니다.
또 중요한 게 식사. 격리생활을 하시게 되면 방 안에서 할 일이 제한되기 때문에 그나마 리프레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식사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매끼마다 동양식, 서양식 중 하나를 메뉴에서 고를 수 있는데, 선택하기에 따라서는 꽝을 뽑으실 수도 있기 때문에 격리 예정이시라면 자신의 입맛 등을 고려해서 신중히 결정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점심 저녁은 메뉴가 좀 다양하게 바뀌는 편인데 아침은 보통 아시안 메뉴가 쌀국수류로 나오고, 웨스턴은 빵, 베이컨에 계란 프라이로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전 베트남 음식을 좋아해서 아시안 위주로 먹었는데 오래간만에 먹는 베트남 쌀국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2021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저녁은 새해맞이 특별식을 준비해 줬는데, 다른 때처럼 흰색 종이 박스에 넣어 나오니 특별식 느낌도 잘 안 나고, 초콜릿 케이크 빼고는 다른 점이 별로 없어서 조금 실망했습니다.
PCR 검사는 도착한 다음날 1회, 체크아웃하기 전에 1회 실시하고, 매일 같이 오전, 오후 최소 두 번씩은 발열체크를 합니다. 이 발열체크 격리가 끝나갈수록 횟수가 느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하루 3회 이상은 안 합니다.
4성 호텔이라는 위상과 다르게 화장실에서 바퀴벌레 친구들이 자주 출몰합니다. 크기가 작은 걸 보니 한국에서 바캉스 나온 애들인 거 같기도 하고, 격리라고는 하지만 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또 인터넷이 너무 느려지는 시간대가 있어서 조금 많이 불편했습니다. 인터넷이 안 될 때는 TV를 보거나 책을 보는 식으로 버텼습니다.
내일이 격리 해제날인데 나갈 때가 되어 유유자적 하던 강제 백수 생활을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섭섭하네요. ㅎㅎ 하긴 누워서 먹기만 하고 TV보고 하는 멍때리기 생활도 가끔이라면 괜찮은것 같아요. 아마 나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차라리 여기서 이렇게 있는 편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었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이만 베트남 호텔 격리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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