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곳이 한 군데 있는데, 바로 SK그룹이다.
보통 한국, 혹은 일본 기업이 베트남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은행이나 보험 혹은 제약 등의 특정 업계에 속하는 기업이 자국 내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수익 창출의 방편으로 동남아 진출을 꾀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때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동종업계의 베트남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성장 과실을 공유하는 경우가 베트남 투자의 트렌드이나, SK처럼 한국의 대기업이 마치 사모펀드 회사처럼 업계 전반에 걸쳐 베트남의 대기업에 지분 투자하는 방식은 그리 흔하지 않은 데다, 한국 회사다 보니 은근히 더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SK그룹의 베트남 투자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SK그룹은 설명이 필요없는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다. 자회사 중 대표적인 것만 꼽아 봐도 반도체의 SK하이닉스, 통신의 SK텔레콤, 2차 전지의 SK이노베이션, 바이오의 바이오 사이언스와 바이오 팜등등 한국의 미래 먹거리 분야의 선두권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그룹이 회사를 키우는 방식은 삼성그룹의 그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데, 삼성이 주로 자기들이 열심히 공장도 짓고 개발도 하고 해서 커나가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SK는 M&A로 일단 세를 키운 후 그 바탕에 더욱더 자원을 투자하여 커 나아가는 방식을 취해 왔는데, 예로 SK하이닉스를 보면 IMF로 인한 구조조정과 치킨 게임을 거치면서 완전히 망가졌던 회사를, 모두의 반대에도 오너의 결단 하나로 SK가 사들였고, 거기에 적절한 타이밍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한 결과, 이제는 그룹의 캐시카우로까지 성장하여 모회사의 실적에 이바지 하고 있다.
SK그룹이 이러한 리스크가 큰 M&A라는 결단을 통해 레벨업 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바로 오너 경영 체제 즉 회장 최태원의 힘이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 미국과 백신 허브 협약을 할 때에도, 직접 백신 회사와의 사인으로 보여 준 SK그룹의 오너쉽과 최태원 회장의 존재감은 SK그룹 경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런 최태원 회장의 또 하나의 결단 중에 하나가 바로 베트남의 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SK그룹은 2018년 싱가포르에 SK 동남아 투자법인을 세워 동남아시아 그중 특히 베트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 실적을 보면, 아래 표와 같다.
시기 | 관련 주식 티커 | 설명 |
2018년 10월 | MSN | 1위 식품업체 마산그룹 지분 9.5% 인수 |
2019년 5월 | VIC | 베트남 최대기업 빈그룹 지분 6.1% 인수 |
2020년 5월 | IMP | 5대 제약회사 이멕스팜 지분 24.9% 인수 |
2021년 4월 | MSN | 소매유통 빈커머스 지분 16.6% 인수 |
2021년 6월 | - | 1위 약국체인 파마시티 지분 인수 |
다섯건의 딜 중에 특이한 케이스가 바로 빈커머스 지분 인수이다.
빈커머스는 전국 방방곡곡에 편의점 비슷한 형태의 작은 소매 옴니채널을 전개하는 유통업체로 베트남의 내수시장을 감안할 때 향후 2 자릿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량회사였다. 이 회사는 원래 빈그룹의 자회사였는데, 이 회사를 빈그룹에서 마산그룹으로 팔고 난 뒤, SK가 마산에 인수된 빈커머스에 지분 투자를 한 것이다.
당시 이 인수 합병에 대해서는 얘기가 많았는데,
빈그룹은 자회사인 빈커머스의 성장성은 인정하나, 점유율 경쟁으로 인해 인프라가 부족한 시골 마을에까지 무분별하게 점포를 전개,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가 있었고, 거기에 더해 미래 먹거리로 찜한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의 제조업이 엄청난 설비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라,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이미 마산그룹과 빈그룹 양쪽에 이미 발을 들인 SK는 양사의 대주주의 입장에서 적어도 빈 커머스의 마산 인수협상을 위한 양측의 의견조율이나 조언 등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와 더불어 자금의 유동성도 풀어주고 향후 성장하는 시장에 선제 투자하는 차원에서 빈 커머스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빈 커머스를 마산그룹이 인수합병했을 당시, 실적 악화를 염려한 나머지 마산 그룹의 주가가 떨어졌던 것으로 기억하나, 지금은 빈 커머스도 무리한 확장정책을 폐지하고 내실을 다지는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마산그룹의 주가도 안정적인 자리로 돌아왔다.
이런 일련의 사태와 투자한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SK가 베트남 시장에 왜 투자했는지를 아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선진 경영 지원
마산 그룹과 빈 그룹은 베트남에서 내놓으라 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SK도 한국 내에서 비슷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선진 자본주의 시장을 먼저 경험해 본 선배로서, 베트남의 기업에 경영 방식을 전수해 줌으로 해서 회사의 발전을 가속시키고 리스크를 줄이는등의 지원이 가능하다. 그 가장 모범이 되는 사례가 바로 빈 커머스의 딜이 아닐까 싶다.
둘째, 투자 기회 포착
빈 커머스의 마산 그룹 인수 합병 후, SK가 빈 커머스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단행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마산 그룹과 빈 그룹 양사 간의 전략적 파트너 포지션을 발판 삼아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는 비즈니스에 우선 투자 권리를 부여받아 투자하는 SK의 전략은 양 베트남 그룹에게도 SK그룹에게도 서로 윈윈하는 SK의 베스트 프렉티스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러한 선제 투자한 그룹을 통한 자원을 활용하여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방식은 유통업에 국한되지 않고, 향후 얼마든지 다양하게 응용전개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셋째, 성장성에 투자
전술한 두 대기업 이외에 제약과 제약 유통분야에도 투자를 단행 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베트남의 내수시장이 커져 나갈 것을 내다보고 그쪽 방향에 포커스를 맞춰 투자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마치 외국계 펀드회사가 수익성이 높은 기업에 선별적으로 장기 투자하는 모습과 유사한데, 베트남의 경제발전과 함께 성장해 가겠다는 SK그룹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SK의 베트남 투자는 한국인으로서도 흥미로운 토픽이지만, 베트남의 대외투자 국가 순위에 1위에 한국이 랭크된 것과 같이 베트남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투자 사례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의 결단이 이번 베트남 투자에서도 빛을 보게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이다.
최태원 최태원 최태원 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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